프레스티지 magazine

명품건축의 시대를 바란다.

 

당신은 왜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가? 유명브랜드를 유명브랜드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브랜드brand라는 어휘의 유래를 쫓아가 보면, 초기에 이 단어의 의미는 가축의 소유주나 품종 따위를 표시하는 소인(燒印)을 뜻하였다. 인두를 달구어 가축의 피부에 찍어내듯이, 브랜드는 사용자의 마음에 무엇인가를 상징하는 이름이다. 예를 들어 구치는 ‘고전적 품격’을 상징하고, 프라다는 ‘도시적인 품격’, 애플사의 아이팟I-pod MP3 플레이어는 ‘최첨단, 편리’를 상징한다. BMW는 ‘궁극적 드라이브 기계Ultimate Driving Machine’이고, 볼보 자동차는 ‘안전’이다. 물론 이런 상징은 사용자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여 질 수 있으며, 여기에 선택의 매력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징을 넘어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런 하이앤드high-end 브랜드에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은 '교감交感'이라고 생각한다. 한 브랜드의 상품을 구입하여 사용한다는 것은, 브랜드의 디자이너와의 교감이고, 브랜드 회사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퀄리티에 대한 교감이며, 또한 이 브랜드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교감이다. 이런 교감이 완벽하게 될 때, 브랜드 상품은 단순한 상품이기를 넘어서 나의 생활 속에서 쾌감이 되고, 활력소가 되며, 또한 예술이 주는 감동과도 유사한 감흥을 우리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제품을 구입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즐겁게 그 제품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아, 브랜드의 파워여!

 

그렇다면 브랜드다운 브랜드를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시간이다. 빈티지라는 어휘에서 나타나듯이, 이런 하이앤드 브랜드의 상품은 시간을 넘어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80년대의 벤츠는 결코 어제 새로 나온 벤츠와 비교해 단순히 오래된 것은 아니며, 그 시대의 가치들을 안고있는 작업으로서 온다. 이런 깊이, 결국 철학으로 이어지는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면 몇 년도 지나지 않아 그 제품들은 단순히 시대에 뒤진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빈티지vintage라는 단어가 "최고의, 오래되고 가치 있는, 유서 있는" 이라는 의미와 "낡아빠진, 시대에 뒤진, 낡은" 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생각된다.) 즉 진정한 브랜드는 그 브랜드의 이름을 넘어서 속으로 전달하는 메시지가 확실하며, 그 것을 통해서 결국 그 제품을 소장한 ‘나’를 표현하게 할 수 있는 상징물이다.

 

그렇다면 건축에 있어서 브랜드는 무엇일까?

 

근래에 들어서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으로 지명도 높은 외국건축가들의 ‘작품’이 들어서고 있다. 아주 최근에 완공된 건축물만 보아도 리움LEEUM (렘 쿨하스, 쟝 누벨, 마리오 보타), 아이파크 타워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있다. 이 건축물들의 건축가들은 이들을 제외하고 현대건축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건축역사의 중요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이 건축가들의 이전 작업을 알 고 있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에 세워진 이들의 작업에서 좀 아쉬움을 느낀다. 어째서 유명건축가들이 우리나라에 짓는 건축물들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본다면, 우리나라의 건축주들이 조금은 너무 ‘안전한’ 건축물을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결국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데 있어서 가장 안전한 방법인 ‘선례’가 있는 유형을 짓게 되거나 여러가지 면에서 실험적이지 않은 아이디어들이 채택되는 것이 아닐까? 또는 이들 건축가들의 이전 작업의 성향, 형태, 아이디어를 ‘로고’로 인식하고, 그런 ‘로고’가 있는 ‘명품’을 원하였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과거에 건축가의 지어진 건물과 똑같은 건물을 지어 달라고 한 회사도 있었다. 광화문에 가면 그 건물을 볼 수 있다.)

 

건축가 브랜드의 의미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들이 ‘브랜드’인 이유는 하자없고 튼튼한, 그러면서도 예쁜 건물을 지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건물에 대해 도전할 수 있는 창의력과 마인드, 아이디어가 있고 이런 해석을 건축화 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기 때문에 인정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건축의 명작, 명품이 ‘안전하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인정받는 건축물중에 그 태생에 있어서 난산을 거치지 않은 건축물이 없다. 즉, 그런 건축물에는 당시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불완전하고’ ‘불안한’ 부분들이 항상 존재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태어난 명작들은 시간을 넘어 많은 이들을 부르며 우뚝 서 있다… 또한 이런 마스터피스들이 태어난 배경에는 이런 건축가들을 신뢰한 대단한 건축주, "명품" 건축주들이 있었다.

 

진정한 브랜드는 ‘나’에서 시작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풍취taste’를 통해서, 내가 소유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건축물을 소유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니어도 정말 즐겁게, 때로는 열띤 토론으로 얘기할 수 있는 좋은 건축물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그 건축물의 건축가와, 그 건축물의 사용자와, 그 건축물의 건축주와 ‘교감’을 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

 

* 건축은 반드시 가서 보아야 알 수 있다. 마치 여러가지 브랜드처럼, 위에서 언급한 건축물들도 읽는 방법은 수만가지일 것이니, 반드시 직접 감상이 필요하다.